블로그 첫 글 소재로 마르셀 뒤샹을 선택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예술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만든 작가이기 때문이다. 예술은 예쁜 것이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던 어린이를 개념이라는 사고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준 작가이다.
작가소개
마르셀 뒤샹(Marcel Duchamp)은 1887년 노르망디의 블랭빌에서 태어났다. 어린 시절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은 집에서 태어난 그는 전시회에 자주 갔으며 큰형과 작은형도 각 각 화가와 조각가가 되었다고 한다. 1904년 파리 줄리앙 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고, 1909년 살롱 데 쟁데팡당에서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작품을 공개한다. 우리가 잘 아는 작품인 '샘'은 1917년 뉴욕에서 열린 제1회 독립미술가협회전에 출품한 작품이다. 이 작품 이후로 '레디메이드'라는 말을 쓰게 된다. 레디메이드란 기성품으로 하는 작업을 말하는데 뒤샹이 처음이라고 보면 된다. 이전에 뒤샹은 회화작업을 하였는데 1912년에 발표한 <계단을 내려오는 누드>를 보면 입체파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. 이 작품의 출품을 거절당한 이후 프랑스 수학자 '앙리 푸앙카레'의 영향을 받아 1913년에 <자전거 바퀴>, <세 개의 표준 정지기>, 8년에 걸쳐만든 <큰 유리>등을 발표한다. 이후 체스에 심취해 협회로부터 체스마스터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. 그리고 더 나아가 체스 챔피언에까지 오르게 된다. 1968년마르셀 뒤샹 사후 그의 작업실에서 마지막 작품 1946년부터 약 <에땅 도네>를 발견하게 된다. 뒤샹의 묘비에는 “하기야 죽는 일도 남의 일이지”라는 문구를 남겼다.
작품설명
<계단을 내려오는 누드>
1912년에 발표한 이 그림은 입체파의 영향 플러스 시간의 관념을 더한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. 입체주의란 당시 유행하고 있던 화풍으로 이전의 원근법이나 명암은 시각적 눈속임이라 보고 완전한 입체는 우리가 사물을 돌려볼 수 있듯 다양한 면을 한 캔버스에 넣어서 입체를 구성하였다고 보면 된다. 여기에 당시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'특수상대성이론'의 영향을 받아 3차원의 입체성에 시간의 관념을 더한 4차원을 캔버스에 담는 실험적인 작품을 발표한 것이 <계단을 내려오는 누드>이다. 원리는 계단을 내려오는 나체의 모습을 기존 입체주의 기법과 함께 시간의 흐름을 그림 속에 담은 것이다. 스냅사진을 연사로 찍어 합친 것처럼 표현하여 각각의 시간이 그림 속에 머물게 한 것이다.
<자전거 바퀴>, <세 개의 표준 정지기>, <큰 유리>
이 작품들은 프랑스의 수학자 ‘앙리 푸앙카레’의 이론에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다. ‘사물 자체가 과학이 아니라,
사물 사이의 관계에서만 과학에 도달할 수 있다. 이들 관계 외엔 인식할 수 있는 실제가 없다”라고 주장하였다. 뒤샹은 푸앙카레가 우주를 모양을 증명하는 방식을 보고 자신이 표현하려는 3차원을 증명하고자 한 것이다. 앞에 말을 예술로 바꾸면 ‘사물 자체가 예술이 아니라, 사물 사이의 관계에서만 예술에 도달할 수 있다. 이들 관계 외엔 인식할 수 있는 실제가 없다” 사물 사이의 관계는 무엇일까? 이 세 작품 단계적인 특징을 보면 뒤샹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증명하기 위한 고민의 과정들을 볼 수 있다. <자전거바퀴>는 자전거바퀴와 부엌의자라는 사물을 합쳐 다르게 해석하도록 의도한 작품이다. 그리고 <세 개의 표준 정지기>는 1미터 길이의 줄 3개를 1미터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뜨렸을 때 나타난 모양을 기록해 실과 모양을 각각 본떠 전시함으로써 표준화된 1미터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표현한 작품이다. <큰 유리>는 유리평면 사이에 각종 형태의 이미지들을 넣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리 너머로 보이는 공간들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이다. 첫째는 사물의 본질에 대한 재해석, 둘째는 표준화에 대한 재해석, 세 번째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공간에 대한 재해석을 각각 요구하고 있다.
<샘>
1917년 뉴욕에서 열린 제1회 독립미술가협회전에 출품한 작품다. <샘>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한 이 작품은 변기를 눕히고 샘이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변기의 목적을 버리고 샘을 연상케 하는 작품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.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위에서 말한 첫 번째 사물의 본질에 대한 재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. 이 작품에 대해서는 재밌는 스토리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야기를 미루겠다.
<에땅 도네>
뒤샹이 죽기 2년 전 완성된 이 작품은 사후 그의 작업실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. 두꺼운 문에 난 두 개의 작은 구멍을 보면 폭포 앞에 나체로 등불을 들고 있는 여인을 볼 수 있다. <에땅 도네>는 주어진 이라는 뜻의 제목으로 관객을 관음증 혹은 은밀한 사건을 바라보는 목격자로 만든다. 이 작품 역시 사진과 오브제로 이뤄진 작품으로 사물들을 이용한 각각의 의미와 그 관계로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. 정확한 작품 명칭인 Étant donnés (Given: 1 The Waterfall, 2. The Illuminating Gas) (1. 폭포수 2. 점등용 가스 )에서 알 수 있듯이 폭포수는 여성의 성기를 점등용 가스는 이 작품을 활용한 다른 작품 <연필을 쥐고 있는 <주어진>의 마네킹의 슬라이드 사진>에서 남성의 성기를 의미함을 알 수 있다.
개인적 생각
마르셀 뒤샹의 인상적인 작품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. 개념미술의 선구자인 그의 예술에 대한 깊이와 기획력은 지금의 설치 미술에서도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이다. <샘>을 발표할 당시 눕혀진 소변기를 R.Mutt라는 가명으로 제목만 옆에 적어서 전시회에 내놓았다. 전시 주최 측은 변기는 작품이 아니라 여겨 전시장 구석에 방치했다. 그 후 전시가 끝나갈 무렵 R.Mutt를 옹호하는 논평을 내놓는다. “누구라도 입점비를 내면 참여할 수 있는 전시였다”, “그러나 그 작품은 철저히 배제됐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”, “작가는 작품을 선택했다. 작품을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” 이렇게 예술계의 작품을 판단하는 관습을 부수고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부순다. R.Mutt라는 이름부터가 당시 유행하던 만화에서 따 온 이름이라고 한다. 처음부터 친절하게 작품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이 작품은 이슈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. 변기를 가져놨을 때 사람들의 외면부터 가명에 논평하는 그 과정 전체가 작품이며 기획된 포퍼먼스라고 본다. 뒤샹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인식에 충격을 줄 수 있으며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 알고 있었던 듯하다. 이러한 기획을 또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. 뒤샹은 죽기 전 그의 가족들에게 자신이 죽고 난 후 그의 마지막 작품 <에땅 도네>를 공개할 것을 부탁한다. 사후 그의 부인이 작품을 마무리하고 작품을 발표하는데 작품 속 누드는 부인이 자신의 몸이라고 발표하지만 나중에 내연녀였던 다른 조각가의 몸을 석고로 뜬 것임이 밝혀진다. <에땅 도네><주어진>은 자신의 개인적이며 은밀한 이야기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고 관객을 관음적 시선으로 끌고 와 내면의 은밀한 욕망에 파문을 던지고자 한다. <주어진>이란 제목은 훔쳐보는 구멍으로 관객을 초대하는 티켓인지도 모른다. 그리고 묘비에 “하기야 죽는 일도 남의 일이지”이라는 문구마저도 마지막 작품을 위한 하나의 기획이라고 생각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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